'싱글라이더' 이병헌 "웰메이드 문학작품, 감독 믿음 있었다"

풀빵닷컴N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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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가서 몰디브 한 잔'하고 싶었지만 몰디브가 아닌 상해로 넘어가 '나 정채산이요'라고 적군의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이후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신한 뒤 필리핀서 송환된다는 소식에 '나 데리고 가면 세상 뒤집어질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라고 외쳤다. 지난 2015년 '내부자들'과 작년 '밀정'과 '마스터'에 등장하는 배우 이병헌(47)의 명대사를 엮어봤다.


그만큼 이병헌은 매 작품마다 뇌리에 박히는 연기로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선굵은 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던 이병헌이, 오랜만에 감성영화로 다른 결을 뽐냈다. 이병헌은 지난달 22일 개봉된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제작 퍼펙트스톰필름·공동제작 BH엔터테인먼트)에서 잘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강재훈 역을 맡았다.


실력있는 지점장인 강재훈은 회사를 믿고 자신의 전재산을 부실채권에 넣었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삶 자체에 위기를 느낀 강재훈은 주변 정리를 하면서, 2년 전 조기유학을 보낸 아내 이수진(공효진 분)과 아들 진우(양유진 분)가 보고싶어졌다. 호주행 티켓을 끊은 재훈은 자신의 손등에 호주 주소를 적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호주에서의 수진은 이미 자신이 알고 있던 아내와는 달라져 있었다. 아내와 아들이 보고 싶어간 그곳에서 재훈은 겉돌기만 시작하다 워홀러(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 여행객) 지나(안소희 분)를 만나게 된다.


참 감성이 짙은 영화지만 스포일러 때문에 얘기할 수 없는 '싱글라이더'에서 진한 감성연기를 뽐낸 이병헌을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를 보고 깊은 여운이 느껴졌다"고 하자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잘 만들어진 문학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병헌은 이어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는 작품 하나로 보기 때문에 제가 맡을 역할을 신경쓰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면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대사가 없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 막상 연기를 시작하고 대사가 너무 없어 깜짝 놀랐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다음은 대사와 상관없이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 든 이병헌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객들이 얻어갈 게 있을 작품"이라고 답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싱글라이더'가 블록버스터 대작 오락영화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몇 백만명이 관람을 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와서 좋은 감성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장르적 취향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어갈 게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맞다. 정말 깊은 여운이 있었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멍해지는 게 있기도 했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1주일 이상을 그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어요. 끝나고 더 깊이 빠져든 느낌이랄까요? 보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감정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 남자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싱글라이더'에 나오는 인물들이 다 현재를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수진은 결혼 후 출산을 겪으며 잊었던 자신의 꿈과 희망, 목표와 자아를 고민하게 되는 엄마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죠 재훈은 남녀를 불문하고 작은 목표를 향해 가면서 내 주변의 행복함을 누리지 못하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는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쓸쓸한 인물이죠. 지나는힘든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을 대변하죠. 그렇기에 누구나 공감이 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영상으로 구현했을 때가 다를 수 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은 어땠는지?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가 변화없이 찍혔더라고요. 이 시나리오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반영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너무나 완벽하게 봤기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 현장 편집을 잠깐 봤는데 '이렇게 대사가 없는 영화였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사가 없었어요. 10분 정도 대사가 없었는데 뭔가 프랑스 아트 영화 같은 느낌이었어요.(웃음) 그래도 보고 나면 뭔가 남게 하는 영화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인생영화라고 생각했죠. 재미없어도 볼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촬영 순서는 시나리오에 맞춰 촬영을 하려고 했어요. 혹여나 앞뒤가 바뀌는 상황이 있더라도 배우들은 자기 배역 감정 라인을 그래프로 그려두거든요. 그게 계속 머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어떤 지점을 찍더라도 앞뒤 감정을 연결해서 보기 때문에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보통은 그런 식으로 하죠.


-반전이 중요한 영화인데 그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만든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보려면 영화가 재미를 주려는 스포를 막아야겠지만, 감독님은 알고 봐도 받아가는 게 있고 감정이 있다면 괜찮다고 하셨어요. 저도 반전이 최고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병헌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매니아들이 있는 게 소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최근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이 많다.


저는 매니아가 생기는 영화가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것 같아요. 천만을 찍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달콤한 인생'이나 '번지점프를 하다'의 경우 오히려 흥행은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매니아들이 있는 게 소중한 작품이 되는 것과 같은 거죠. '싱글라이더'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흥행이 되면 좋겠지만요.(웃음)


-영어가 매우 유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설픈 콩글리쉬를 잘했던 것 같다.


저도 한국 사람이니깐요.(웃음) 필리핀식 영어보다는 쉽던데요? 다양한 영어를 구사하고 싶습니다.


-공효진과 부부로 출연하지만 크게 만나는 신(scene)은 없었다.


서로 호흡을 못 맞췄다고 하죠. 따로 연기를 해야하는 상황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공)효진이도 그걸 아쉬워하고 저도 아쉬웠어요. 워밍업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죠.


-이주영 감독이 신인이었는데 어땠는지?


배우들은 좋은 감독과 일하는 게 꿈이고 모두의 바람이죠. 그런데 입증이 안된, 전작을 볼 수 없는 감독과 작업은 모험일 수 있어요. 그런데 저는 믿고 가고 싶은 지점이 있었죠. 이 시나리오를 몇 년에 걸쳐 쓴 사람이었고, 시나리오를 보면 얼마나 다듬어진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완벽한 시나리오였고, 이런 감성을 갖고 글을 썼다면 누구보다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기술적으로 더 가슴 아프게 보여주는 감독은 있어도 오롯이 이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이 감독이겠다는 믿음이 있었죠.


-배우 이병헌에게 '싱글라이더'란?


정서적으로 큰 위안이 됐어요. 이런 장르의 영화를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거에 큰 의미가 있었죠. 촬영 당시 미국 사막에서 '매그니피센트 7'을 찍고 있었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거든요.(웃음) 그 다음에는 '마스터' 때문에 필리핀에 있었고, 그 사이 2개월 동안 찍은 거죠. 저야말로 재훈보다 더한 상황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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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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