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같은 남자가 '풍상씨'를 만났을 때

풀빵닷컴N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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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편집자 주>

KBS 미니시리즈 '왜그래 풍상씨'의 주인공, 배우 유준상의 인터뷰

배우 유준상의 장점 중 하나는 '자연스러움' 입니다. 오랜 연기 경력과 특유의 편안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덕을 본 편이죠. 어떤 작품이든 유준상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잘 어우러지니까요. 마치 쌀밥처럼요. 슴슴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한국인의 주식. 어떤 반찬과 먹어도 잘 어울리는 쌀밥처럼 유준상 또한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러워집니다.


'쌀밥'같은 유준상의 힘일까요. 시작부터 '막장의 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도 유준상 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미니시리즈 '왜그래 풍상씨'에서 주인공 풍상을 연기한 배우 유준상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40부작이 넘는 드라마를 마친 유준상은 비교적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나무액터스 제공

지난 22일 오후, 강남 학동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유준상을 마주했습니다. 40부작 드라마를 끝낸 뒤 바로 진행된 인터뷰 일정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는 되려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입니다.


유준상은 "개인적으로 '왜그래 풍상씨'는 애착이 많이 가는 작품이었다"며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자리가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왜그래 풍상씨'(극본 문영남 / 연출 진형욱 / 제작 초록뱀미디어)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남자 풍상씨(유준상 분)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기획됐습니다.


극 중 풍상은 어린 동생들을 챙기느라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 없는 애처로운 중년 남자입니다. 드라마는 풍상을 중심으로 여전히 그를 힘들게 하는 이화상(이시영)과 이진상(오지호), 풍상의 유일한 자랑거리 의사 동생 이정상(전혜빈), 자식 같은 막냇동생 이외상(이창엽)이 중심이 돼 에피소드를 펼쳐나갑니다.



시청률 22%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었던 '왜그래 풍상씨' /초록뱀미디어

드라마는 22.7%(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기준)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문영남 작가의 과감한(?) 필력 덕분에 막장 논란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안하무인 동생들을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감싸는 풍상이 마지막엔 간암까지 걸린다는 설정이 특히 그랬습니다.


하지만 정작 풍상을 연기한 유준상은 드라마 이름 앞에 막장 타이틀이 붙었다는게 이해되지 않는 눈치입니다.


"어느날 드라마 스태프가 그러더라고요. '형님, 저희 드라마 엄청 욕먹고 있습니다'라고. 그때 알았어요(웃음). 우리가 욕먹고 있구나!(웃음). 풍상의 인생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물론, 문영남 작가님이 과감하게 설정한 부분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풍상의 인생이 드라마처럼 극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짧은 회차의 드라마에 응축해서 담아낸 탓이지, 사실 우리 모두 살아가며 수많은 굴곡을 겪어내잖아요."


드라마, 영화, 뮤지컬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배우로 사는 유준상이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왜그래 풍상씨'도 그런 이유에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게 어려워 지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도 어려워 지더라고요. 특히 가족에게. 저 또한 다르지 않고요. 하지만 풍상이는 달랐어요. 배운게 없고 가난한 중년 남성이지만,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알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작가님이 풍상이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에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거 같아요."



배우 홍은희는 남편 유준상이 촬영하는 내내 위로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무액터스 제공

'왜그래 풍상씨'를 촬영하는 내내 유준상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존재는 아내 홍은희와 극 중 풍상의 아내로 출연하는 배우 신동미입니다.


"풍상이는 일을 많이 해서 손톱이 항상 거뭇거뭇해요. 촬영이 끝난 뒤에 검은 손으로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항상 응원해주곤 했어요. '당신의 검은 손을 자랑스러워하세요'라고(웃음). 극 중 아내 동미도 큰 힘이 됐죠. 나중엔 동미가 저만 보면 울더라고요. 풍상이가 안쓰럽다고요. 동미가 그만큼 작품에 빠져들어 있었어요. 덕분에 저도 몰입할 수 있었던거 같고요."


드라마를 무사히 마친 유준상은 다시 충무로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자신이 감독, 출연을 모두 맡은 영화를 홍보하기위해서죠. 인터뷰를 끝내면 진짜 풍상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그는 풍상을 향해 한 마디를 건넵니다.


"풍상아, 고생했어. 촬영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알게 됐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법, 남들 마음이 다 내맘같지 않다는 것, 등등. 가장 중요한 건 네 덕분에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거야. 너도 가족들과 꼭 행복해지길 바랄게."


amysun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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