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인 5월 23일 오후 2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아 주목된다. 또, 지난해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5월 23일 첫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5월 23일 구속된 지 62일 만에 첫 재판을 받는다. 작년 5월 23일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통점이다. 공교롭게도 두 전직 대통령이 첫 재판을 받는 이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박 전 대통령도 작년 같은 법정에서 첫 재판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는 시간 경북 봉하 마을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가 진행된다. 이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좀 특별하다. 악연이라면 악연이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대검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다 이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대통령 집권 시기이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 사망은 이 전 대통령의 모욕주기 수사 등이 원인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권양숙 여사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권 여사의 행보를 밀착 감시했다는 것이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 '포청천'으로 이름 붙은 국정원 내 불법사찰 공작팀이 권 여사를 불법 사찰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윗선' 등을 조사하고 있다.
원 전 원장 지시로 만들어진 포청천팀은 2011년 중국을 방문한 권 여사를 미행하는 등 권 여사의 국내외 활동을 불법사찰하고 그 결과를 이종명 당시 국정원 3차장과 원 전 원장 등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노 전 대통령 가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사찰 정황 등이 드러나고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수사를 여전히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도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자 '정치 보복'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거론한 바 있다.
이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연극을 관람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23일 국정농단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박 전 대통령. /이효균 기자 |
이후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4일 "수년 전 (검찰) 포토라인에 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버랩(overlap) 된다"며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가) 정치보복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으로부터 잉태된 측면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이 제기됐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 의혹을 스스로 인정해버렸다.
지금은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 연극 '환생경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을 '노가리'로 비하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을 향해 온갖 욕을 퍼부으며 성적인 모독을 가하는 국회의원들의 연기를 박장대소하고 보면서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9년 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은 서거했고, 생전 악연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은 1년 차이로 같은 법정에 서는 묘한 운명을 맞았다.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5월 23일 악연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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