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프로 포커 선수 변신' 김학도의 깜짝 '인생 2막'

기사입력 2018.10.17 00:00

프로 포커 선수 국내 연예인 1호 김학도. 총 300명의 선수가 6명씩 한 팀이 돼 실력을 겨룬 뒤 토너먼트로 최종 1인을 가리는 식스핸디드터보(6handed)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었다. /J88

[더팩트|강일홍 기자] "최경주 프로가 PGA대회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소식을 전할 때가 기억나요. 아마 한일월드컵이 있던 2002년이었을 거예요. TV로 우승소감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죠. 언론에서는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완도 바닷가 모래 위에서 수백 번 수천 번 벙커샷 연습을 했다는 사연도 뭉클했어요. 포커를 거기에 비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8년간 40여 차례 문을 두드린 저한테는 PGA 우승컵이 결코 부럽지 않아요."


김학도는 '인간 제록스'로 불리는 재간둥이다. 개그 순발력을 넘어 타고난 목소리 흉내 덕분이다. 전직 대통령,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사 30여명의 성대모사가 가능한 그는 마이크를 쥐는 순간 '물을 만난 물고기'라는 표현이 오히려 궁색할 만큼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이런 김학도가 최근 전 세계 프로포커선수(Pro Poker Player)들이 참여한 국제 포커대회 우승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연예인 1호'라는 점에서만 봐도 모처럼 신선한 뉴스였다.


김학도가 우승한 대회는 지난 8일 '마닐라 인터내셔널 포커스타즈 슈퍼시리즈9' 마지막 날 열린 식스핸디드터보(6handed)다. 총 300명의 선수가 6명씩 한 팀이 돼 실력을 겨룬 뒤 토너먼트로 최종 1인을 가리는 방식이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김학도는 2010년 첫 도전에 나선 이후 매년 4~5차례씩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국제대회에 40여차례 출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실 그동안 몇차례 입상한 적이 있지만 우승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강한 '승부사 기질'을 전수받은 김학도는 포커로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사진은 김학도가 포커게임하는 몰입돼 있는 장면. /J88

◆ 김학도, 세계 포커대회 '식스핸디드터보'(6handed) 우승, "PGA 관문보다 힘든 일"


그렇다면 김학도처럼 아마추어 포커선수가 우승할 가능성은 어느정도나 될까. 글로벌포커사이트 홍콩법인 'J88' 김지운 대표는 "김학도 씨가 프로 포커플레이어들이 경쟁하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무명의 한국 골프선수가 PGA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 못지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프로 포커선수들이 30여 명에 이르지만 국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주인공들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학도가 건진 우승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상금은 규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번 우승 상금은 1000만 원 조금 넘어요.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부터 더 큰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죠. 실력만 있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어요. 매년 수십차례씩 미국과 중국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각국을 번갈아가며 대회가 열리거든요. 단일 스포츠종목으로는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리는 빅이벤트임에도 대회가 주로 카지노 안에서 열리다보니 아직은 국내에서 활동하는데는 제약이 많아요."


국내에는 아직 포커게임 하면 카지노나 도박이라는 인식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해외에서는 도박이 아닌 마인드스포츠로 각광을 받는다. 유럽에서는 아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매년 연말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WSOP:World Series of Porker)의 경우 수천억의 상금이 걸리는 '포커의 월드컵'으로 엄청난 관심이 쏠린다. TV(ESPN)로 생중계되는 WSOP 결승은 슈퍼볼 보다 시청률이 많이 나올 만큼 열기가 뜨겁다.



국내에도 프로 포커선수들이 30여명에 이르지만 국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주인공 몇 명 되지 않는다. 사진은 올초 임요환 선수 우승 직후 김학도가 축하해주는 장면. /김학도 제공

◆ 프로바둑 기사 한해원의 '승부사 기질' 전수받아 포커선수로 또 한 번 '인생 전환'


김학도는 프로 바둑기사 한해원과 2008년 9월 결혼해 2남 1녀를 뒀다. 국내 바둑은 이미 마인드 스포츠로 자리매김해 광범위한 대중적 교감이 형성돼 있고, 바둑과 포커 모두 부부가 진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아내의 강한 '승부사 기질'을 전수받은 김학도는 포커로 또 한 번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번 우승 소식에 가장 기뻐해주고 환호한 주인공도 아내 한해원이었다.


"개그맨으로 살아온 내게 전환점이 필요했어요. 잘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10년 전부터 생각했는데 (포커게임의 일종인)텍사스 홀덤을 하다가 우연히 재능을 발견했죠. 2010년 처음 참여한 세부 대회에서 6등을 했는데 주위에서 뛰어난 자질이 갖고 태어났다는 칭찬을 받으니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전문가를 찾아 매일 2시간씩 공부를 하며 매달렸죠. 학교다닐 때도 안했던 확률 공부를 하고 심리분석까지 포커게임에 도움이 되는 건 뭐든 깊이 파고들었어요."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힘든 관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세계포커대회 우승은 결국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실이다. 김학도는 "그동안 포커대회 도전 사실을 단 한번도 공개하지 않은건 언젠가는 반드시 우승한 모습으로 당당히 나서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포커 사이트 J88 소속 프로 선수로 본격 활동을 앞두고 있다. 당장 오는 12월과 내년 1월 대만과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부터 출전하는 김학도의 '인생2막'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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