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강남 집값 넘을 수도"…한남3구역 과열 조짐에 조합은 '부담'

기사입력 2019.05.27 06:00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23일 오전 서울시 한남동 한남3구역 재개발 지역의 모습. 구불구불한 언덕길에 빼곡히 들어선 주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남동=이한림 기자

단독입찰 원하는 조합 "사업 지연만은 안돼"

[더팩트 | 한남동=이한림 기자]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에서 처음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한남3구역을 두고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공사비만 약 1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재개발 프로젝트로 예고된데다 교통망과 조망권이 뛰어난 한강변 알짜 입지여서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많은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재개발 시공사 선정까지 넉 달여가 남았지만 사업시행인가 후 쏟아지는 관심과 복수의 대형 건설사가 홍보를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에 자칫 재개발 사업이 표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과 24일 한남3구역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은 한남뉴타운이 배산임수가 완벽한 지역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남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자는 "어쩌면 집값이 강남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남3구역의 시세도 재개발 이슈를 업은 2014년부터 많은 매물들이 거래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한남3구역 지분 시세는 3.3㎡ 당 1억 원을 넘고 있다. 주택 매물도 10억 원을 호가한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가 임박했던 지난 2월 56.19㎡(17평) 단독주택이 9억6000만 원에, 59.50㎡(18평)이 10억4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에 한남3구역에 지어질 새아파트의 예상 시세도 최소 10억 원 선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이는 동부 이촌동 단지나 강남권 소규모 단지 시세급으로 분양가만 3.3㎡당 4500만 원~5000만 원 선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자는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남뉴타운 내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3구역을 수주하면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한남2·4·5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빨간 테두리)은 서울시 한남동 686번지 일대 38만6395.5㎡로 재개발 후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가 들어설 예정이다. /다음 지도 캡처

그러나 최근 들어 잡음이 조금씩 들리는 모양새다. 시공사 입찰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을 개별 방문해 불법 홍보를 벌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진행될 때 시공사 선정 이전 건설사가 조합원을 개별 방문해 홍보하는 행위는 불법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한남3구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최근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지한 모습이다. 한남3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A씨(79·남)는 "이 달동네에 볼게 뭐가 있다고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보이네"라며 "재개발 되면 뭐가 좋아지나?"며 되묻기도 했다. 다른 주민 B씨(72·여)는 "지난달인가 어떤 건설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면담을 하고싶다고 하더라"며 "한강변 입지를 활용한 특화설계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한남3구역 수주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조합원을 개별 방문해 사전 홍보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곳은 없으나 서울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의 첫 번째 시공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은 현재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적극적인 건설사다. 양 사는 올초 한남3구역의 사업시행인가가 임박해오자 자신만의 특화설계가 포함된 한남3구역 맞춤형 홍보 영상을 제작해 조합과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역시 사업시행인가 전인 지난 2월 한남3구역 조합원과 인근 중개업자 등을 대상으로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대우건설 브랜드 홍보관인 써밋갤러리 투어를 열기도 했다.


"검토중이다"며 말을 아낀 SK건설과 현대건설도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관심을 드러내는 건설사다. 다만 사업시행인가 전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던 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건설은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물산도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남3구역 중턱에 위치한 조합사무실의 모습. 조합은 건설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한림 기자

◆ 한남3구역 조합 "사업 지연만은 안돼"


이처럼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전초전이 예고되고 있지만 정작 조합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건설사들이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면 국토부와 시로부터 조사 대상에 올라 자칫 사업이 지연될 여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르면 다음 달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에 나서면서 올해는 강남권보다 강북권 사업장을 살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남3구역이 강북권에 위치해 있고 사업 규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조사 대상이 될 여지는 있다.


이날 한남3구역 중턱에 위치해 있는 조합 사무실에 있던 한 조합원도 최근 건설사들의 홍보 행태가 불편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조합원 C씨는 "건설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복수의 건설사가 불법 홍보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주민들을 개별 방문해 사전 홍보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 주택가 언덕길로 올라가는 도입부에 사업시행인가 승인을 축하하는 조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한남3구역 조합은 지난 3월 29일 서울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 승인을 받았다. /이한림 기자

이처럼 한남3구역 조합은 사전 홍보 논란 등 괜한 구설수에 올라 사업이 지연되는 것만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한남3구역은 사업시행인가까지 마친 상황에서 공사원가를 산출하고 시공사 선정 계획 등을 수립해야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같은 이유로 조합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단독입찰을 원하는 모습이다. 공동입찰을 통해 건설사별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경쟁 규모가 커진다면 경쟁 과열로 이어져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D씨는 "우리 조합은 많은 조합원분들이 공동입찰 보다는 단독입찰을 원하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을 공고할 때 공동도급불가 조합을 삽입해 단독입찰만 가능하도록 강제하는 사안도 검토중이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이라는 게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를 해야하기 때문에 당연히 홍보를 하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한남뉴타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현재 살고 계신 주민들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한남4구역 사전 총회가 인원 부족으로 무산되기도 한 것처럼 단합이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시행인가를 막 받은 조합 입장에서는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확정된 서울시 한남동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들 사이로 한강변이 보이고 있다. /이한림 기자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시 한남동·보광동·이태원동 일대 면적 38만6395.5㎡에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동, 5816가구(임대아파트 876가구 포함)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부대시설로는 공원과 치안센터, 종합사회복지관, 지하주차장 등이 들어서며 공사비만 1조50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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