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신상 노출 괜찮나

기사입력 2019.09.22 00:00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반 부장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증거물 3건에서 검출된 DNA와 유력한 용의자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하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진범 확정 전 사생활 정보까지…흥미 위주 소비도 문제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꼽힌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인 A씨로 특정됐다. 사건 담당 형사는 물론 전 국민이 30여년간 잊지 않고 범인 검거를 기다린 사건이라 용의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용의자 신분에 불과한 A씨의 신상이 알려지고 수감 전 주소지와 결혼생활까지 노출된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는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A씨는 피의사실공표죄 접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용의자가 20일 기준 2차례 혐의를 부인하는 등 추가조사가 필요한 시점에 사실상 진범으로 지목하고 실명까지 거론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 판례를 보면 DNA 감정 결과 기소된 형사 피고인이 최종 무죄 확정된 경우도 있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범죄사건을 흥밋거리로만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너무 많이 알려진 '용의자' 신상


18일 늦은 오후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난 후 몇 시간도 채 안돼 해당 용의자가 1994년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19일 이른 오전부터는 사실상 신상공개 명령이 내려진 것처럼 용의자의 실명과 나이가 그대로 보도됐다. 처제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받을 당시 판결문도 SNS 등에 돌아다니면서 처제가 사망하기까지 자세한 정황은 물론 이미 이혼한 전처와의 결혼생활과 자녀의 나이 등이 노출됐다.


법조계는 진범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용의자 신분이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사건으로 기소는커녕 처벌 대상자도 아니라 용의자 신상을 공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청한 중견 변호사는 "경찰 수사당국에서 더 확실한 결론을 낸 후 국민의 알권리와 해당 사건이 갖는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신상공개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과거 판결문 내용이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판결문은 피고인의 지인이나 피해자의 사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법조계에서도 공개 여부에 갑론을박이 많다. A씨의 판결문도 피해를 입은 처제 등 피고인과 주변인물을 특정할 내용이 있으니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1991년 마지막 범행을 기준으로 2006년 완성됐다. 사진은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의 모습. /뉴시스

일각에서는 경찰에서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A씨의 수사과정을 밝히는 것이 피의사실공표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형법 제126조는 검·경찰 등 수사권한을 가진 자는 수사과정에서 알게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완성된 만큼 A씨는 기소대상이 아니라 피의사실공표죄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은 "피의사실공표죄 적용 여부는 공소시효가 남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처럼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기소 전 공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는 구성요건조차 충족되지 않아 피의사실공표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중견 변호사 역시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이라면 재범의 위험성이 높을 때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는 예외사항이 있다. A씨는 무기수로 수감 중이라 이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공소시효 완성 사건이란 점에서 해당 혐의 적용은 논점조차 되지 못한다"고 했다.


◆'흥밋거리' 아닌 미제사건 해결 지표 돼야


A씨를 둘러싼 정보가 우후죽순 흘러나오며 피해자와 유족이 있는 강력범죄사건을 흥밋거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A씨의 용의자 특정 사실이 밝혀진 직후인 19일 한 언론매체는 판결문에 기재된 주소를 바탕으로 당시 범행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보도해 누리꾼의 뭇매를 맞고 뒤늦게 정정했다. 해당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지금와서 건물 사진까지 찍어서 올릴 필요가 있냐", "사진 내려달라. 현 거주자들은 무슨 죄냐" 등 건의 댓글을 올렸다. 이외에도 일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행 수법만을 구체적으로 쓴 글이나 근거없는 괴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사건과 관계없는 정보를 흥밋거리로 소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게 과연 우리가 집중할 문제인지,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을지 생각해야 한다"며 "30년이 넘은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지목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앞으로 남은 미제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합리적인 대책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lraoh_@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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