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 '건강이상설' 잠재웠나

기사입력 2021.04.22 00:00

21일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서울가정법원 지하주차장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건강 상태 어떤가" 질문에 입닫은 조양래 회장…재판부 질문에 엉뚱한 답변도

[더팩트|이재빈 기자]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조양래(85)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그간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양래 회장이 직접 출두한 것은 자신의 건강이상설을 일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양래 회장은 21일 오후 서울가정법원 201호에 출석했다. 조양래 회장은 당초 개시 시간인 오후 2시 5분보다 조금 늦은 2시 12분쯤 엘리베이터를 타고 법정으로 향했다. 취재진은 "법원에 출두한 심경이 어떤가", "차남에게 지분 전량을 매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조양래 회장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사실 조양래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가 회장직에 오른 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 없이 회사를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질 때문에 그에게는 '은둔의 경영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런 조양래 회장이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법정에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한국타이어를 지배하고 있는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를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넘긴 것을 두고 정상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장녀가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설을 제기한 셈이다.


조양래 회장이 이날 직접 출두한 배경에는 건재함을 과시함으로써 장녀가 제기한 건강이상설을 일축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양래 회장은 한정후견 개시 심판청구 이후 경기 판교에 있는 본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자신의 건강함을 강조하려는 모양새다.



조양래 회장은 법정으로 향하는 중에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세준 기자

이날 조양래 회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동안 따로 부축을 받지는 않았지만 순간적으로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문에서도 조양래 회장의 고령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재판부와 변호사들의 발언은 법정 밖에서도 또렷하게 들렸지만 조양래 회장의 발언은 귀를 쫑긋 세우지 않으면 듣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조양래 회장이 재판부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한 정황도 포착됐다. 재판부가 개인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묻자 조양래 회장이 회사 운영과 관련된 답변을 내놨다. 이에 재판부는 조양래 회장의 말을 끊고 개인 재산에 대해 답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양측 변호인은 조양래 회장의 신체검사 여부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조양래 회장 측 변호인은 "기존 진료 기록이 정확하기 때문에 추가로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희경 이사장 측 변호인과 참가인 자격으로 동참한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측 변호사는 다시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법원이 신체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조양래 회장은 서울가정병원이 지정하는 병원에서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가정법원이 성년 후견 개시를 위한 신체검사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이다.


조양래 회장은 법정을 나서면서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는 순간에도 취재진이 "법정에서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건강 상태는 어떤가", "판교 본사는 얼마나 자주 가나" 등을 물었지만 굳게 닫힌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조양래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조현범 사장은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조양래 회장이 차남에게 지난해 6월 지분 전량을 매도한 것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차남 조현범 사장 42.90%, 장남 조현식 부회장 19.32%, 장녀 조희원 이사장 10.82% 등이다. 지분 매도가 무효로 돌아가면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은 23.59%포인트(p) 감소한 19.31%로 떨어진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이날 성년후견심판 심문에 대해 "법원에서 정신감정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향후 조양래 회장의 건강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병원 감정이 객관적 방법과 프로세스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fueg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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