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베리 일본어

글/그림 : 봉이룬

사람 잡을라고 환장했시유?


 

예전에 일산에 있는 하나은행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뭐가 찬물이고 뭐가 뜨거운 물인지 잠시 망설이게 되죠?

여차하면 찬물인줄 알고 그 얇은 일회용 종이컵을 무작정 들이댈 뻔 했드랬죠.

 

디자인을 전공한 입장에 이런것 굉장히 민감합니다만...

일상생활에 깊숙히 침투해 있는 색에 대한 고정관념이란 무섭군요.

 

뜨거운 물은 빨간색.

찬물은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

남자는 파란색.

 

화가 난 사람은 빨간색.

겁에 질린 사람은 파란색.

 

정지는 빨간색.

진행은 파란색... 아, 이건 이제 초록색으로 바뀌었나? 후후.

하지만, 아직도 파란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파란색 오케이... 라고 치부합시다.

 

 

얼~ 신호등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그러고보니 일본에서는 아직도 빨간불, 파란불이라고 합니다.

일본 신호등도 초록색인데 말이죠. 허이허이.

 

あか しん?ごう[aka shingo-]: 빨간 신호. 즉, 빨간불

 

?あお しん?ごう[ao singo-]: 파란 신호. 즉, 파란 불

 

 

 

여담입니다만, 우리나라 신호는 개판으로 유명하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신호에서 가장 개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초록불 들어오고 금새 깜빡거리는 것입니다.

 

 

지난번에 횡단보도에서 초록불 깜빡일 때 건너다 차에 치어 숨진 사람이 있었는데,

 

재판부는 보행자에게도 30%의 책임이 잇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하죠.

 

우리나라 초록 신호의 비율을 보면, 점등이 20%, 나머지 80%는 깜빡거린다는거 다 아실 터.

 

그냥 초록 신호가 들어와 있는 시간만 갖고도 세계적으로 짧은 편이어서

좀 넓은 도로 횡단보도는 어린이들의 경우 서둘러 걸어야 타이밍에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주제에 깜빡거릴 때 건너다가 자기 잘못도 아닌데 차가 와서 들이 받아도

30%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니....

 

사람 잡을라고 환장했시유?

 

 

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우리나라의 '빨리빨리병'은 이 신호등님께서 조장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초록불로 바뀌어도 금새 깜빡거리니 조바심나서 서두르고,

횡단보도에서 좀 떨어져 있었는데 초록불은 늘 깜빡거리고 있으니 서두르고,

처음부터 신호 바뀌는거 보고 걸어가도 금새 깜빡거리기 시작하니 30% 물기 싫어서라도 서두르고,

어린이들 초록불 시간이 원채 짧아서 서두르고,

천천히 걸으면 차들이 빵빵대니 서두르고...

 

암튼, 신호등 앞에만 서면 이래저래 서둘러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이고 마주치는 신호등들이 이렇게 늘 서두르게 하니...

사소한 부분에서라도 여유가 생길리가 없죠.

 

가끔 한국에 가서 횡단보도 건널 때만 되면 정말이지 불안해서 안절부절 합니다.

그냥 기분상, 왠지 서두르게 돼요.

 

 

참고로, 일본은 초록 신호가 길어서 굉장히 여유스럽습니다.

그리고, 깜빡거리기 시작하고 5초 후면 신호가 바뀝니다.

멀리서 신호를 봤을 때 깜빡거리고 있다면 금방 바뀐다는 뜻이기 때문에 뛸 필요도 없죠.

 

 

암튼,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본이지만, 이런저런 정책들을 마구 베끼곤 하죠? 쓸데 없는 정책들만 베끼지 말고 신호등 만큼은 일본처럼 깜빡임 5초로 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생각하는 저였습니다.

 

 

다 쓰고 보니 얘기가 이상하게 흐른 것 같기도 하고... 나하하~~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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