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교토] 남자에게 차여서 시코쿠라니,,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3)>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2010. 3. 21.

작년 시코쿠 순례여행에 관한 책이 두권 출간했었다.
그중 두번째 책인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지영씨는 교토에 위치한 토지안이란 게스트 하우스
주인인 니나가와상의 추천으로 이 여행을 시작한 분이다.

책을 읽고 나서 니나가와상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시코쿠로 떠나기전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문제는... 나의 일본어 실력이다.
내가 그분을 만난다고 해서... 간단한 기초실력으로 그런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겠냐고.. --;;;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 교토에 위치한 토지안에 무작정 가보기로 결심했다.
(http://www.tojianguesthouse.com)

3월 21일날 가서 2박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예약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서 시코쿠 관련 책을 본 사람인데
니나가와상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을 함께 보냈다.

답변에는... 일단 그 기간에 니나가와상이 시코쿠에 계실지...
교토에 계실지 확실치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온다는 것을 알려주기로 하겠다는 대답이었다.

어찌되었든.... 21일 토지안으로 향했다.



토지안은 교토역에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홈페이지에 가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찾는 것은 어렵지는 않았다.

2박 요금인 4,000엔을 내고 니나가와상이 오늘 이곳에 오는지를
물어보니 지금 현재로는 알수가 없다고 했다.

이곳에 온 이유가... 교토 여행을 위한 숙박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들었다.



여자방에 들어가는 입구 천장에는 김지영씨가 쓴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2층 남자들이 자는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위에 왠 한국어
포스트가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인디다큐페스트발2009년 안내 포스트였다.

김지영씨는 시코쿠 여행의 목표중 하나가 시코쿠 오헨로상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이었는데...
책속 마지막을 보면 리옹아시아 영화제에서 그녀의 작품을 상영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상영하게 되었었나보다.



카운터 천장에는 낯익은 호라가이가 보였다.

책속에서 니나가와상이 종종 부는 모습을 봤었는데...
슈겐도(야외에서의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일본 불교의 일종)의
수행자들이 산으로 수행하러 갈 때 부는 악기였다.
한국에서는 나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악기다.



슈겐도 수행자의 복장을 하고 있는 니나가와상의 모습도 사진으로 나마
볼수 있었다.

사진만 봐도 가슴이 두근 두근~ ^^;



토지안 스테프 한분이 내가 시코쿠에 가려고 하고...
니나가와상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을 아시고 지영씨의
여행에 관한 기사가 실린 잡지를 보여주셨다.

얼마후... 스테프 한분이 니나가와상과 연락이 되었는데...
오늘은 못오시고... 내일 저녁쯤에 만나러 오겠다는 전언을 들려주셨다.

아쉽지만 내일까지 꾹~ 참는 수밖에. ^^a



토지안 게스트의 매력은... 저렴한 가격 (1박에 2,000엔)도 있지만
써비스로 알콜을 제공한 다는 점이다. ^________________^

나 같은 주당에게는 더할나이 없이 기쁜 소식이 아닐수 없다.
맥주는 개인당 1캔을 주지만 그외에 소주, 사케, 위스키까지...
다양하게 있으며, 먹고 싶은 맘큼 맘껏 먹을 수 있었다. ^^



이런 게스트하우스는 그날 묵은 손님의 성격에 따라 분위가 좌우된다.
아쉽게도 이날은 유럽사람은 만날 수 없없지만...
(토지안은 유럽쪽에 많이 알려져 있는 게스트 하우스다.)
일본사람과 한국사람들끼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나 한국사람들의 러브샷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1단계 러브샷은 그냥 팔만 엇갈려서 마시는 방법이 있고...
2단계 좀더 진한 러브샷은 서로를 껴안고 마시는 방법이라고
알려주니 정말 즐거워 한다.

이날 369게임을 해서 걸린 사람 두명이 벌칙으로 러브샷을 하기로 했는데...
토지안 일본인 스테프 이와후지상과와 호주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충훈씨가
걸려서 뜨거운 러브샷을 했다.

그들은 괴로워 보였지만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은 엄청 즐거워 했다. ^^a



게임을 끝내고 이곳을 여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시코쿠 관련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김지영씨가 찍은 다큐멘터리
CD가 있다고 해서 이곳에서 다 같이 감상하게 되었다.



도쿄에서 모자 만든는 일을 하고 있다는 노리코상도
무척이나 흥미롭게 책을 보고 있었다.

11시... 토지안을 돌봐 주고 있는 하세가와상이 파티를
정리해야 하는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아쉬웠지만... 규칙은 규칙니깐...
잠자리에 하나둘 들기 시작했다.



다음날... 니나가와상이 오기전 오전 시간을 어찌 보내야할지
고민하다가 토지안 바로 앞에 있는 토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토지는 오다이시상이 창시한 진언종의 총본산이며..
오다이시상의 시발점이 된 곳이었다.

그렇기에 이곳은 오헨로 순례를 끝내고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이 들리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 토지는 예전에 교토를 여행하던 시기, 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아는 것이 이래서 힘이라고 했나? ^^;



본당에 가서 코보대사에게 이번 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
오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던 중
납경소에서 나오는 오헨로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커다란 가방하며... 삭발한 모습까지...
지난번 고야산에서 봤던 할아버지보다 더 많은 포스를
느끼게 하는 분이었다.

정말 한참을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후 6시쯤 드디어 니나가와상을 만나게 되었다.
책으로 봤던 분이 뿅~하고 내 앞에 앉아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도데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
무슨 용기로 이렇게 이분을 만나겠고 온 것인지.. ㅎㅎ

니나가와상은 차를 한잔 대접하며...
이 여행을 왜? 하려고 하는지...
종교관에 대해서 묻곤 했는데...
짧은 일본어로 이야기 하려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쉽게 나오지가 않았다. ㅠㅠ

내일은 토지안에서 몇시에 떠나냐고 묻길래..
오전에 가게 될것이라고 하니 가기전에 한번 더 들리겠다고
하시면서 사라지셨다.

사실 책에서 볼때는 완전 괴짜 같았는데...
직접 대면하니 무지 차분해 보였다. ^^a

그 다음날(23일) 아침....
니나가와상이 다시 나를 찾아왔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며 소개 시켜줄 사람이 있다고 한다.
몇분 뒤 도착할 거라고 하길래... 누군가 했는데...
몇분 뒤 등장한 사람은 다름이 아닌...

<남자에게 차여서 시코쿠라나,,> 저자인 김지영씨였다.



이런 행운이~!!! 정말 생각지도 않은 만남이었다.
책 속에서 지영씨의 모습이라고 해야 뒷모습 뿐이라...
어떻게 생긴 분일까? 무지 궁금했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예술기가 철철 넘치는 분이었다. ^^a

지영씨는 어제 니나가와상과 나누지 못한 많은 말들을
중간에서 통역을 해주기도 하셨다.

나는 갖고 있던 책을 건내주며...
꼭 싸인을 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쑥스러워 하면서
짧은 메세지와 함께 싸인을 해주셨다. ^____________^

시코쿠 여행이 위험하지는 않은지 물어보니...
민슈쿠나, 슈쿠보처럼 안전한 곳에 숙박을 하면서 다니면
위험하지는 않지만.... 젠콘야도나 노숙 같은 경우는
여자 혼자는 위험하니 절대 조심하라고 당부를 했다.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한번의 잘못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하니 특히 조심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냐고 물어보니..
두번째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한다.

한일간의 관계에 대한 주제라고 한다.

"지금 토사 토지안은 누가 보고 있는건가요?"
"책에서도 썼듯... 관리해주던 분이 물건을 훔치고
도망간 뒤로는 니나가와상이 갈때 외에는 문이 닫혀 있어요.
거기다 지금 어머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그쪽에 가 계실때가 많아서 토사 토지안에는
많이 가 있지 못하고 계세요."

"아.. 아쉽네요.
책 보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a"
"일단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곳에 오게 되면
니나가와상에게 연락 한번 해보세요."

"넵... 아.. 그런데.. 책에서 좀 아쉬운게 있어요."
"뭐요?"

"하루에 얼마큼 걸었는지에 대해 적혀 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왜냐면 지도만 봐서는 하루에 갈수 있는 거리인지
아닌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다른 책을 쓰신 경민선님 책에는 하루에 걸은 km가 써있기는 한데...
그분은 산티아고도 걸은 적이 있는 베테랑이라...
저처럼 저질 체력인 사람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것 같아서요. ^^a
아무래도 제 페이스는 지영씨랑 비슷할텐데... 아쉬워요. ^^"
"^^a"



갑자기 아래층에서 니나가와상의 호라가이 소리가 어설프게 들여왔다.
왜 이렇게 어설프게 들리나 궁금해 내려가보니 토지안의 스테프인
이와후지상이 불고 있기 때문이었다. ^^a

마치 잘 다녀오라고 기상 나팔을 불어 주는 것만 같았다.

토사 토지안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코쿠 여행을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꼭 한번 더
토지안에 들리겠다고 약속하며...
그렇게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되었다.

다들 여자 혼자 떠나는 것이라 조금은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응원은 아끼지 않으셨다. ^^;

이제 앞으로의 여정은 나 홀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 길을 걸었던 지영씨와... 니나가와상과의 만남은
나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다.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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