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따라서는 그냥 등산복차림으로 순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순례 의복을 몸에 걸치고 있으면 주변 사람으로 하여금 순례자로 인지되어 여러가지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정체성도 느낄수 있으니 간소하게 나마 준비해서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고심끝에 내가 구입한 물품은 전통적으로 소복을 상징하는 백의(1,890엔), 관 뚜껑을 대신할 대나무 삿갓 스게가사(1,575엔), 코보대사의 화신이고도 하며 묘비를 의미하기도 한 금강지팡이 콩고즈에(1,680엔) 영지에 참배 한 증표로 삼고,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을 수 있는 납경장(2,310엔), 주소, 이름과 기원하는 것을 적어 본당과 대사당에 납입할때 또는 접대의 답례로 건내주게 되는 납찰 오사메후다(210엔)을 구매하기로 했다.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 놓고 계산을 기다리는데... 여자스님 한분이 내가 들고 있던 한국어지도를 보시고는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신다.
그렇다고 하니깐 계산하다 말고 갑자기 내가 고른 백의를 다시 물품진열대에 올려 놓고서는 카운터 안쪽에 있던 백의를 꺼내와서는 오셋다이라고 하시며 주시는 것이 아닌가!!!
오셋다이란 일종의 보시와 같은 것인데... 마을 주민이 순례자에게 베푸는 접대이다. 나 대신 오헨로 순례를 무사히 잘 마쳐달라는 의미로 순례자에게 보내는 응원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실 절에서... 그것도 스님에게 첫 오셋다이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기다... 가격도 꽤 나가는 파는 물건인 백의를... 오셋다이로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 고마움을 어찌 표현할지 몰라 멍~해 있는 나에게... 부디 무사히 건강하게 다녀오라며... 자신은 법회가 있어서 바빠서 이만 실례한다며... 종종 걸음으로 사라지셨다.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스님이 사라진 곳에는 다른 판매 직원인 듯한 분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스님은 왜 그 순간 판매대에 있다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게 되었을까? 참 알수 없는 인연이다.
혹시 이 절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렇게 오셋다이를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몇분간 지켜보았지만.... 다른 이들에게 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여행을 하면서... 난 참 신기한 체험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늘... 뭔가...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힘들때면.... 그 길을 헤쳐 나갈수 있게 해주는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오셋다이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오사메후다라도 건내 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본당에서 손 모아 합장하며 마음속 깊이 감사함을 전했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도 살며시 빌고 나왔다. ^^;
발원의 절이기도 한 료젠지는 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발원을 하고 88개 사찰을 모두 순례하면 결원을 하게 된다. 결원을 하게 되면 소원 한가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본당에서 나와 오른쪽을 보니 13의 불이 보였다. 13의 불은 사후 7일째부터 33년째까지 행해지는 13회의 추선공양(사망자의 명복을 비는 행사)을 분담하는 불상이라고 한다.
경내에는 이것 저것 신기한 모습들이 많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비때문에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다.
시코쿠에서의 순례 여행은... 1번에서 시작해서 88번으로 끝나지만... 링을 만들기 위해 1번절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때는 오늘과는 달리... 절에서의 순례법도 꼼꼼히 다 하고... 제대로 경내의 분위기를 느껴야 겠다고 생각했다.
료젠지는 석가가 불교의 가르침을 설명하며 가르친 인도의 령산(靈山)에 관련하여 사명으로 하였다. 본존은 석가 여래이며 본당에서 십선계(순례에 지켜야 할 일)를 받아 순례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이제 나도 순례용품 구비도 되었겠다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해야 할듯 싶었다.
산문으로 다시 향하는데 비가 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왠 사람이 이렇게 많이 같이 오나 싶어 보니... 관광버스를 이용해 순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납경소에서 묵서와 도장을 받을때는 버스 순례자들과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잘못해서 그들 뒤에 줄을 서게 되면 장시간 기다려야 하기때문이다.
1번절의 묵서와 도장은 납경장을 살 당시 그 안에 미리 받은 상태로 판매되고 있어서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물론... 납경장 구입 당시 도장 대금인 300엔이 플러스 된 상태로 판매된다.
자 이제 2번절이 있는 고쿠라쿠지로 고고~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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