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1일째] 하늘 나라로 간 동생을 위하여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6)>


-하늘 나라로 간 동생을 위하여 -

2010. 3. 25.

민슈쿠(민박) 모리모토야는 다행히도 지죠지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문을 열고 안을 향해 인기척을 내니 모리모토야상이 바로 나와
우리를 맞아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들고 있는 즈에(금강 지팡이)를 받아 드시더니...
아래 부분을 씻은 뒤 돌려 주셨다.

오헨로상들에게 즈에는 코보대사의 화신과도 같다.
그래서 즈에와 함께 여행하는 것은 동행이인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즈에를 사용할 때 약간의 룰이 있는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첫째 휴식을 취할때는 자기보다 먼저 지팡이를 쉴 수 있게 해준다.

둘째 숙소에 도착하면 지팡이의 앞을 씻어 준다.

세째 "다리 아래에는 코보대사가 잠들어 있다"는 전설이 있어
다리를 건널때는 지팡이를 짚어선 안 된다.

네째 오래 걸어 지팡이의 끝이 줄어 들었을 때, 손질을 할 때는
칼날을 사용하지 않고 돌등에다 비벼서 손질한다.

다섯째 화장실에 들어 갈때는 화장실 안으로 즈에를 갖고 들어가지
않고 밖에 세워두고 볼일을 봐야한다.



모리모토야상은 집안을 구석 구석 설명해 주고 각자의 방을
정해서 알려주셨다.

아가타상과 나는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방을 안내 받았는데...
미닫이 문 하나로 갈려 있었다.

방에 들어가니 테이블 위에 간단한 과자와 오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짐을 내려놓고 아가타상과 함께 차를 마셨다.

모리모토야상은 오늘 예약 손님이 4명인데 아직 온 사람이 없으니
우리 먼저 목욕을 하라고 했다.

그러자 아가타상은 나보고 피곤할테니 먼저 목욕을 하라고 했다.

알다시피 일본은 목욕을 할때 탕속에 물을 여러사람이 같이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먼저 목욕하는 사람은 영광이 아닐수 없다. ^^a

사실 이제껏 대중목욕탕이 아니고서야 목욕물을 여러사람과 함께
사용한 적이 없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불현한 시스템이 아닐수 없지만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아가타상의 배려에 감사해 하며 먼저 목욕을 하기로 했다. ^^a



목욕하기 전에 우선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돌려 놓는 것이 좋다.
민슈쿠마다 세탁기를 이용할 때 돈을 받는 곳도 있고 받지 않는 곳도
있는데 이곳은 다행히도 무료이다.

민슈쿠 중에서 무료일때는 무조건 빨래를 해주는 센스를 보여야 한다. ^^a



욕실 입구에 있었던 세면대~



욕실에는 따뜻한 물을 받아 놓은 상태였고 물이 식지 않게 이렇게
뚜껑이 닫혀 있다.

목욕 할때는 먼저 몸을 깨끗히 씻고 탕에 들어간다.

당연히 뚜껑을 열고 입욕을 한 뒤 물은 다른 사람도 사용해야 하니
입욕이 끝난 뒤 물을 빼지 않고 그냥 다시 식지 않게 뚜껑을 닫아
놓으면 된다.



시코쿠를 여행하면서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숙박 형태는 민슈쿠다.

민슈쿠는 주인이 자기가 사는 집의 방을 손님한테 숙박용으로
내주는 형태인데 우리나라 민박과 조금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아침과 저녁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가격은 5천엔 ~ 7천엔 정도이다.
좀더 저렴하게 묵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도마리(식사를 제외하는 형태)로
예약을 하면 되는데 그럴 경우.. 3천엔 ~ 5천엔 정도이다.

스도마리가 안되는 민슈쿠도 있으니 예약할 때 미리 물어봐야 하며,
전화 예약에서 미리 어떤 형식으로 묵을지 선택해서 알려 줘야 한다.



모리모토야 민슈쿠의 화장실은 특이하게 와변기에 좌변기 뚜경을
달아 놓아서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지 않고 편하게 앉아서
볼일을 볼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사실... 걷는 오헨로들에게는... 와변기에 쪼그려 앉아
볼일을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른다. ㅠㅠ

모리모토야상은 센스쟁이 우후후~~~!!! ^^a



이곳은 복도에 있는 공동 세면장
이곳은 아침에 세면을 할때 이용하면 된다.

아침에 씻을때는 주로 욕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세면장에서 씻게 된다.

숙박 업소(민슈쿠/ 호텔등등) 대부분은 이처럼 유카타가 준비 되어 있었다.



귀여운 오헨로상 인형~



일본식 목욕이 이리도 좋을 줄이야...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피로가 싹 풀리는 듯 싶었다.

아가타상이 교대로 목욕하러 가시고...
나는 코다쯔(난방용 테이블)에 다리를 넣고 온기를 느끼려는 순간...
어라... 뭔가 테이블 아래에 있는 것 같아 이불을 걷어 올리고 보니
파란색 남자 팬티가 한장 있는 것이 아닌가.. --;;;

모리모토야상에게 누군가가 흘리고 간것 같다며...
전해 주었다. --;;;
완전 민망햇다는.. --a



목욕을 하고 나온 아가타상이 살짝 건조한 고구마를 건내 주었다.
달짝지근 하면서도 말랑 말랑 한 것이 맛이 좋았다.



6시 모리모토야상이 저녁이 준비되었다고 알려주셨다.

일반적으로 민슈쿠의 저녁시간은 6시~7시 사이에 준비되어 진다.
노쿄가 5시까지라... 그때까지 걷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고...
또 다음 날 일찍 걸어야 하니 빨리 먹고 잠자리에 들기 위해서는
이 시간이 가장 좋은 것 같았다.








식당에 가보니... 다른 오헨로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두명은.... 아무래도 취소를 한 듯~

자그만한 그릇에 아기자기 준비된 다양한 음식들...!!!

생선은 회만 먹지만....
조림으로 나온 생선도 비린내도 안나고 너무 맛나서
순식간에 다 먹었다. ^^



두건과 삿갓을 쓰고 있을때는 무지 젊어 보였는데... ^^;;;
삿갓을 벗으니 연륜이 느껴졌다.

시코쿠의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아가타상처럼 삭발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이번 여행에 앞서 머리를 삭발했다고 한다.

오헨로 포스가 제대로다. ^^b



오늘 정말 수고 많았다며....
아가타상이 맥주 2병을 오셋다이라며 쏘셨다. ^^b

좋아서 볼이 터질라고 한다. --a

"희상 내일은 어디까지 걸을 예정이예요?"

내가 한국에서 갖고 온 숙박 정보 리스트를 보며...
"10번절에서 11번절 가는 도중에 가모지마 온천 가모노유 젠콘야도가
있다고 하던데.... 거기까지 찾아 갈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a"

"아... 거기...!"

아가타상도 숙박 정보 리스트를 갖고 온 것이 있었는데...
그곳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

"음.... 나도 거기에 가 본적이 없긴 한데....
어차피 나도 내일은 그 부분까지 걸으려고 했으니깐...
내일도 함께 걸을까요?"

"앗~!!!! 정말요!!! 저야 그럼 좋죠. ^^"

"희상...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하니깐 일찍 일어나야 해요.
6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출발 하는 것으로 해요."

"네~~~~~~~~~~~~~~~~~~~!"

"식사 다했으면 아까 산 딸기 먹고 잘래요?"
"네~~~~~~~~~~~~~~~~~~~~~!!!!"



절 근처에서 산 딸기를 깨끗하게 씻어서 꼭지까지 말끔히
정리한 뒤 먹으라고 내 주셨다.

정말 꼼꼼하면서도 배려심이 깊으시다.

"아가타상은 시코쿠가 처음인가요?"

"아니.... 난 이번이 세번째예요.
96년 여름에 처음 시작했는데....
첫번째와 두번째는 모두 한번에 돈 것이 아니라 단락지어서 걸었어요.

첫번째는... 혼자서 또는 아내와 돌았는데..
96년 여름 1번절 ~ 17번절
97년 봄 17번절 ~ 23번절 / 여름 23번절 ~ 29번절
98년 봄 29번절 ~ 37번절 / 여름 37번절 ~ 43번절
99년 봄 43번절 ~ 51번절 (아내와 동행) / 여름 51번절 ~ 70번절
00년 봄 70번절 ~ 88번절 ~ 1번절 (아내와 동행)

두번째는 봄마다 아내와 둘이서 걸었어요.

2001년 봄 1번절 ~ 23번절
2002년 봄 23번절 ~ 29번절
2003년 봄 29번절 ~ 37번절
2004년 봄 37번절 ~ 40번절
2005년 봄 40번절 ~ 51번절
2006년 봄 51번절 ~ 70번절
2007년 봄 70번절 ~ 88번절 ~ 10번절



그중 2005년 봄에 돌았을 때는 여동생도 함께 셋이서 다정히 돌았어요."

아가타상이 사진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왼쪽이 내 동생... 그리고 오른쪽이 아내예요.
그때 당시 사진이랍니다."

"와~ 두분 다 넘 인상이 좋아보여요."

그런데 사진을 보던 아가타상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작년에 여동생이 병으로 하늘 나라로 갔어요.
그래서 그 동생을 위해 이번 여행을 계획했어요."

갑자기 겉잡을 수 없을 만큼 아가타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알수가 없어 잠시 당황을 한 나는
건너방에 가서 가방에서 납경장을 꺼내 들고 와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우리 아빠예요.
우리 아빠도... 4년전에 돌아가셨어요.
저도 이번 여행에 코보대사에게 아빠의 영혼을 위해 기도 드리는 중이예요.
사실 아가타상을 만났을 때 아빠가 보낸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길도 잘 모르고 헤메고 있는 나에게 무사히 여행을 시작 할 수 있게
아빠가 보낸 사람 같더라고요."

"아~!!! 나도.. 희상보면서... 여동생이 보낸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 들었었는데...."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한 우리는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나저나 이 사진 정말 아가타상이예요????
지금 이미지랑 너무나 달라요."

"정말? 어떻게 다른데요?"

"음... 지금 모습은 많이 강인해 보이는데...
이 사진의 모습은 완전 야사시해 보여요~!!!!"

멈출 것 같지 않던 아가타상의 눈물이...
조금은 웃음을 되찾고 있었다.



"이건 동생의 유골인데.... 함께 여행 했던 그곳에 가서
묻어 주고 올거예요.
지금 간병인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다행히도 이번 여행을
할 수 있도록 2달간 휴가를 줘서 이곳에 올 수 있었어요."



"이분들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예요."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벌써 8시가 다 되어갔다.

"희상 내일 늦잠자면 안돼요.
6시 넘으면 내가 깨울거예요. "

"네.. 안녕히 주무세요~"



우리가 밥을 먹으러 간 사이 모리모토야상께서 방에 두툼한 이불을
펴 놓으셨다.

비가 와서 그런지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고 불을 끄고 목 끝까지
이불을 당겨 덮고 눈을 감았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미닫이로 된 얇은 벽 저편에서 조용한 흐느낌이 들렸다.
조금은 마음이 진정 된줄 알았는데...
아직도 동생 생각에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

아기처럼 맑은 영혼의 아가타상...
그가 이번 여행에서 동생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시코쿠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고난과 아픔을 품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행이 끝날 때쯤...
그들의 상처가... 치유 될수 있는 것일까?

그렇기에 시코쿠의 여행은 다른 여행과 달리 특별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희야가~

휘리릭~~~~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 비 / 1일째

<지출 내역>

고속버스비 3,600엔 / 우메다지하철 230엔 / 반도전차 260엔
캔콜라 170엔 / 햄버거 360엔 /금강지팡이 1,680엔 / 납경장 2,310엔
납찰 210엔 / 모자 1,575엔 / 모리모토야 민슈쿠 6,000엔
납경료 300엔 X 5곳 = 1,500엔

당일총액 : 17,895엔


일일 도보거리 : 12km

반도역 ~ 1번절 료젠지 ~ 2번절 고쿠라쿠지 ~ 3번절 곤센지
~ 4번절 다이니치지 ~ 5번절 지죠지 ~ 민슈쿠 모리모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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