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도보순례

글/그림 : 희야시스

[2일째] 아가타상 타스케떼~!!

<시코쿠 88절 1200km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걷다. (7)>


-아가타상 타스케떼(도와줘요)~!! -

2010. 3. 26.

5시 50분 알람소리를 듣기전에 눈이 떠졌다.
야행성인 나로써는 놀라운 변화다.

사실 어제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거의 뜬눈으로 보냈다.

옆방에서도 인기척이 들렸다.
옷을 갈아입고 벽 넘어로 아가타상에게 아침인사를 건낸뒤
부지런히 씻고 가방을 정리했다.

6시 30분 아침식사가 준비되었다는 말을 듣고 식당으로 향했다.



한가득 하얀 쌀밥이 먹음직스럽게 담겨져 있는 밥통~
본인들이 먹을 만큼 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된다.

아침은 무조건 많이 먹어주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두 공기나 밥을 먹었다.



깔끔한 맛을 주었던 미소시루...



아기자기한 교자



쯔께모노와 단무지



우메보시



공포의 낫토... ^^;;;
콩종류를 싫어하는 나에게 낫토는 결코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일본 사람들은 아침에 낫토에 비벼서 잘 먹는데....
여행하는 내내.... 아침에 낫토가 나오지 않기를 은근 빌었다.



낫토만큼이나 일본사람들은 날계란에 간장을 가미해서 낫토나..
밥과 함께 먹는다.

사실 한국에서는 날계란을 절대 먹지 않지만....
일본에 왔으니... 이정도는 이곳 문화에 익숙하기로 했다.



날계란은 이런식으로 밥에 넣어서 비벼서 먹는다.

처음에는 좀 힘들지 모르지만...
먹다보면 어느정도 맛을 느끼게 된다. ^^a



아침식사는 주로 간편하면서도 간결한 음식들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



낫토를 열심히 비벼 드시고 계시는 아가타상... ^^
다행히도 어제 저녁과는 달리 마음의 평정을 얻은 듯 싶었다.



밥을 먹고 방명록에 글을 쓰는데...
2월에 한국 부부가 왔다간 흔적이 보였다.
아직 시코쿠는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안 알려져 있기때문에
한국 사람 흔적만 봐도 어찌나 방갑던지... ^^



식사를 끝내고 가방을 챙겨 나오니..
벌써 7시 30분이다.

가지런하게 오헨로상 복장을 입은 아가타상과 달리...
내가 입은 옷 모양을 보라... --;;
왼쪽이... 왼쪽이... ㅠㅠ

옷 입고 거울도 안본 모양이다. ㅠㅠ



민슈쿠 모리모토야상과 함께... ^^

그나저나 내 얼굴 어제 넘 잘먹었는지...
얼굴이 터질것 같다. --;;

호빵맨 같은 내 얼굴이 여행을 통해서 얼마나 작아지는지...
기대해 주시길... ^^a



저멀리 어제 본듯한 오헨로상부부가 멀리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서둘러 출발해야 할듯~



5번절 지죠지에서 6번절 안라쿠지까지는 5.3km거리에 위치해 있다.
45분여 정도 걷다가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아가타상이 휴계소에서
잠시 쉬었다 가겠냐고 물어보신다.

완전 반가운 제안이다.



오헨로 휴계소 안에는 노트가 한권 있었는데...
이곳에서 쉬고 간 오헨로상들의 글들이 가득했다.



11월 19일 23살의 어느 한국인이 이곳에서 노숙을 한 모양이다. ^^b
노트 안에 한국인의 발자취는 저분뿐이었다.

아가타상이 나의 가방이 몇 kg인지 물어봤다.
15kg정도 된다고 그랬더니 내 가방을 들어보시곤 놀래신다. ^^;;;

하긴... 시코쿠 여행을 하면서 나보다 더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는 여자는 본적이 없다. --;;;
남자도 노숙하는 사람들을 빼고는 나보다 다 작은 가방이다.
그래다 보니.. 사람들은 침낭이 든 것도 아닌 내 가방에
무엇이 들었을까? 완전 궁금해 했었다. ^^a

카트까지 있는 아가타상의 가방을 들어보니 내 가방보다 가볍다. ^^;

"희상... 나랑 가방 바꿔서 메고 갈까요?"

아가타상의 제안이 기쁘기는 하지만...
본인의 가방은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건데...
바꿔 들어도 될까??? 잠시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내일은 헨로고로가시라고 불리우는 험한 산행이
있는 날이라.... 오늘 무리를 안하는 것이 아무래도 계속된
여행을 무사히 해낼수 있는 계기가 될듯 싶어....
못 이기는 척하며... 바꿔 들기로 했다. ^^;;;;;;

"네... 음..... 안...돼는뎅... 돼는뎅... 돼는뎅..^^a"

확실히... 카트로 끌고 가니... 어깨가 가벼워서 그런지
도보도 편했다. ^^;;

아가타상은 나랑 함께 이렇게 걸어가니....
마치 딸과 함께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정말 나를 애뜻하게 챙겨주셨다.



안라쿠지로 향하는 길에 있던 빵가게를 보더니...
아가타상이 간식사러 들어가자고 했다.

어떤것이 먹고 싶냐고 물어봐서 카스테라를 하나 집었다.
아가타상은 모찌를 고르시고 계산을 하신다.



그런데 오슈진상(주인)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오셋다이라며 빵 두개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자신이 파는 음식을 이렇게 오셋다이로 주시다니...
감동의 물결... ㅠㅠ



9시정각 6번절 안라쿠지에 도착했다.



미즈야~



이곳은 현재에도 부근에 고쇼온천이 있지만...
옛날 이 땅에 온천이 있어 탕치(온천으로 병을 고친다)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공해는 약사여래를 조각하여
6번 영지라고 정했다고 한다.



본당



해맑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시고 계신다. ^^a



본당 안쪽에는 납경소도 함께 있다.
그리고 천장에는 이곳의 일화가 담겨 있는 그림액자가 있었다.





사냥꾼이 잘못해 쏜 화살을 작은 소나무가 수행중인 대사를 대신하여
받았다는 일화이다.




코보대사 뒤에 있는 나무가 그 역송이다.



노쿄를 받고 경내를 둘러보았다.



대사당







경내를 둘러보다 볼일이 생겨 화장실로 향했는데 여자 화장실
앞에 뭔가가 써 있다.

사용하지 말라는 말인가...?

화장실 문앞 유리창이 깨져서 그런가???

안에 내부를 보니 이상이 없는 것 같아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가려고 하는데....
헉!!!!!!!!!!!!!!!!

문이 열리지 않는다. --;;;

아무리 힘을 주고 열려고 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완전 화장실에 갇히에 된 것이다. ㅠㅠ

결국 큰 소리로 아가타상에게 SOS를 청했다.

"아가타상~~~!!! 아가타상~~~~~!!! 타스케떼!!!!!(도와주세요)"

여러번 아가타상을 큰소리로 불렀더니....
저 멀리서 내 목소리가 들리니깐 그 소리를 듣고 아가타상이
화장실문 앞까지 왔다.

"희상 무슨일이야???"
"문이 열리지 않아요. ㅠㅠ"

"희상.. 여기 앞에 사용금지라고 써 있는데... ^^a"
"나... 한자 잘 몰라요. --;;;"

"그럼 가타카나는?"
"조금 알아요."

"히라가나는..?"
"히라가나는 다 알아요. ^^a"

아가타상이 밖에서 문을 돌리니 다행히도 문이 열렸다.

화장실에 갇히다 나온 나를 보고 아가타상은 재미난지 엄청 웃으셨다. --;;;

무식한게 죄다.. ㅠㅠ

초반부터 이렇게 웃지 못할 사건이 생기니...
앞으로는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날지.. 에구구...



가방이 있는 벤치에 가서 아가타상이 준 간식을 먹으며....
놀랜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가타상이 없었으면 어찌 나왔을지 모른다. --a



나뭇잎 가지 옆에 걸려 있는 오미쿠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나도 운수를 보야 하는 것 아닌가 몰러... --;;;

놀랜 마음 진정시키고 7번절 쥬라쿠지로 향했다.



쥬라쿠지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구마노신사
벚꽃이 반갑기만 하다. ^^

이제 몇일만 지나면 모든 절에서 활짝핀 벚꽃을 만나겠지?



7번절 쥬라쿠지는 6번절 안라쿠지에서 1.2km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산문을 지나가자마자 미즈코(유산한 아이)공양의 지장 보살
70체가 나란히 있었다.

왠지 측은한 마음이 들어 합장을 하며 들어섰다.







이곳은 지장보살 뿐만 아니라 코보대사까지 모두 바람개비가 곁에
장식되어 있었다.



조금은 다른 곳보다 독특했던 미즈야의 모습



이곳은 아미타 여래를 본존으로 하고 있다.

공해는 인간이 가진 여덟의 고난을 넘어 열의 즐거움(극락정토-
괴로움이 없는 이상향-에 있는 10종의 쾌락)을 얻을 수 있도록
사명을 쥬라쿠지라고 했다.



본당의 왼쪽에는 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지장 보살이
모셔져 있다.



먼저 간 동생을 위해 정성을 다해 반야심경을 외고 있는 아가타상...!

그의 사연을 듣고 나서는 반야심경을 외는 그의 목소리도....
그의 모습도...쨘...!해 보인다.



7번절 쥬라쿠지에서 8번절 구마다니지까지는 4.2km이다.



쥬라쿠지 산문 앞길에는 벚꽃나무가 두줄로 가득 있었는데...
아직 벚꽃이 활짝필 시기가 아니라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벚꽃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아마도 몇일 뒤면 정말 멋진 길목이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쥬라쿠지 입구에는 레몬나무도 가득 있었다.
사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레몬 나무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신기해 하며 쳐다보니 아가타상이 "몇개 따줄까?"라고 물으신다.

마음대로 따도 되는 건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아가타상이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따도 된다며 OK싸인을 했다.



알고 보니 레몬 주인집에 가서 몇개 신세져도 되냐고 양해를
구하고 온 것이다.

그럼 그렇지... 그냥 마구잡이로 따 갈리야 있겠어.. ^^;;;



레몬 나무에는 가시가 많아서 따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장갑을 낀 아가타상이 내 대신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두개 따서 선물로 주셨다. ^^



강가에 그림으로 그려진 위험표지판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ㅋㅋ



1687년에 완성한 산문은 본당으로부터 200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래도 경내로 들어서는 길목이 예쁜 꽃들로 가득해서 눈이
즐거웠던 길이다.



이 절의 안쪽에 있는 골짜기에서 수행을 하고 있던 공해가 등신대의
천수 관음보살을 새기고 그 태내에 작은 금의 관음상을 납입해
이곳을 열었다고 전해진다.




조금은 위협적으로 보이는 동상들...




서원의 뜰에는 용이 누운 것처럼 가지를 낮게 펼친 <와룡의 송>이 있다.





다양한 표정의 지장보살~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힘들었던 지장보살... ^^;;



미즈야~



짓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내에는 많은 오헨로상의 모습이 보였다.



대사당은 계단을 조금 올라가야 했지만....
이정도는 감당할만 하다. ^^



오늘도 어제만큼은 아니지만 간간히 비가 내렸는데...
너무나 신기한 것은 경내에 있을때는 비가 내리다가...
다시 이동할때는 비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덕분에 우비를 굳이 입지 않아도 되었다.



9번절 호린지로 향하는 길은 좁은 도로길을 한쪽으로 걸어야
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것 만해도 감사가 절로 나오는 길이다. ^^



9번절 호린지는 8번절 구마다니지에서 2.4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산문 앞에 대롱 대롱 귀엽게 매달려 있던 짚신들~



햇살속에서 빛나고 있던 종루





호린지는 공해가 부근의 골짜기에 불교도를 지키는 흰뱀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석가 여래를 만들어 이곳을 열었다고 한다.




본존은 열반(석가의 죽음의 모습)의 모습으로 시코쿠 88개소에서
호린지뿐이다.



본당에는 건각 기원의 다수의 짚신이 이처럼 봉납되어 있다.



여기까지만 아가타상과 가방을 바꿔 들고...
여기서 부터는 이제 본인의 가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전내내 신세를 진것 만해도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a



경내를 다 둘러보고 나니 벌써 1시다.
배꼽시계가 배고프다고 아우성이었다.

"희상 요 앞에서 점심 먹을까?"
"네~~~!!! ^^"



산문을 빠져 나가는 길에 만난 자전거 오헨로상



점심은 호린지 산문 바로 앞에 있는 우동 우메노야에서 먹기로 했다.




우메노야 가게 안에는 족자로 된 납경장이 보였다.



테이블에는 예쁜 수선화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희상... 어떤 우동 좋아해요?"
"글쎄요... 아가타상이 맛있는 것으로 추천해 주세요."

"그럼 가케우동이랑 다라이우동을 시킬테니깐 좋은 걸로
선택해서 먹어요~"
"네.. ^^"

다라이 우동(550엔)과 가케우동(550엔)을 시키고 기다리는 짬을
이용해 고구마까지 사서 나에게 건내주는 아가타상...
아가타상과 함께 다니면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다이어트에 곤란함을 느낀다. ^^;;;



내가 좋아하는 계란이 너무 맛나게 보였던 가케우동...
그러나 도쿠시마에서는 다라이 우동이 유명하다고 해서...
오늘은 가케우동은 아가타상이 드시고 나는 다라이 우동을
먹기로 했다.

여행을 하면서 각현마다 유명한 음식들이 있는데...
여행에서 음식이 빠지면 앙꼬없는 찜빵이 아니겠는가.. ^^

도쿠시마에서는 돼지뼈를 뽀얗게 우려낸 돈코츠 라멘의 일종인
도쿠시마라멘과 다라이 우동이 유명하다.

되도록이며 각지방에 유명한 음식을 다 먹어 보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오늘은 드디어 다라이 우동을 맛보게 되었다. ^^b



어마 어마한 양을 자랑하는 다라이 우동...
저걸 다 먹을 수 있을지...? ^^;;



다라이 우동에 든 면발은 이 양념에 덜어 먹으면 된다.



다라이 우동은 옛날 나무꾼들이 일을 끝내고 우동을 삶아 동료들과
솥단지째 먹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후루룩 후루룩~~~~
일본에서는 면을 먹는 소리를 맛들어지게 나게 하면서 먹는다. ^^




점심도.... 아가타상이 오셋다이로 쏘셨다.
아가타상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친절을 배푸는
산타 같은 분이셨다.

절대 안된다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점심도 신세를 진 희야...
이 감사함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a

자~ 이제 배도 불렀겠다 오늘의 마지막 절인 10번절 기리하타지로
힘차게 가 볼까나?


희야가~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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