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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자체가 풍전등화(風前燈火)"


방송인 이봉원(55)은 1984년 대학로 연극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84년 KBS 개그콘테스트 2기로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80∼90년대 TV 인기프로그램인 KBS2 '유머1번지'를 통해 '곰팽이' '시커먼스' 등의 별칭을 달고 승승장구했다.


인기 정점을 찍을 무렵인 91년 SBS로 이적한 뒤 역시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리던 개그우먼 박미선과 결혼한다. 그가 평소 "박미선을 내 아내로 연(緣)을 맺은 것은 지상 최대로 잘한 선택지였다"고 자랑할 만큼 개그스타커플로 방송가의 주목을 받으며 순항했다.


90년대까지 개그계 트렌드를 주도한 이봉원은 독특한 개인 행보를 한다.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 갑자기 일본 유학생활을 떠나는가 하면 "개콘세대 후배들과 인기 경쟁 구도가 싫다"며 각종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결과는 7전7패, 하는 사업마다 망해 한동안 '실패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리고 지난해 충남 천안에 중식당을 오픈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는다.


이봉원은 종종 궤도일탈을 감행하다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방송인으로서는 비교적 '가늘고 길게'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 필자는 90년대 초 '이봉원 박미선 결혼 기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고, 지인모임을 통해 부부와도 꾸준히 소통해온 사이다. 최근 갑자기 수술 소식을 전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 이봉원의 '연예계 35년' 삶을 직접 들어봤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아이언맨이라고 불러주세요." 최근 척추 수술을 한 이봉원은 자신의 몸 곳곳에 수술 흔적이 많다고 했다. 스페셜인터뷰는 지난 9일 서울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김세정 기자

-얼마 전에 척추전방전위증이란 수술을 받았다. 식당 주방일을 직접 도맡아 하면서 무리한 탓이라고 들었는데 회복이 좀 됐나?


좀 무리했던 건 맞지만, 솔직히 말하면 오래 전부터 허리는 고장 나 있었어요. 15년 전부터 침도 맞고 시술요법과 도수치료 등 할 만큼 했는데 계속 활동을 하니 낫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허리가 안 좋은데도 골프 야구 등산은 주구장창 했으니 어리석은 거죠. 만성 요통에 시달리다 주방장을 하면서 악화돼 결국 수술을 받았고요. 허리 통증이 다리까지 내려올만큼 힘들었는데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관리만 꾸준히 잘하면 금방 좋아질 거라고 하네요.


이봉원은 지난 3월14일 긴급 허리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서 그는 척추 4번과 5번 사이에 뼈가 밀려나오는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단받았다. 개업 6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른 그는 "전부터 허리가 부실했던 데다 밀가루 포대와 기름통 등 수십킬로그램의 무거운 짐을 직접 나르고 옮기면서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천안 두정동에 중식당을 오픈하고 주방일을 직접 해왔다.


-2년 전에도 야구하다 다리가 골절돼 병원신세를 졌고, 그 이전엔 방송출연 도중 다이빙하다 안와골절상도 입었던 것으로 안다.


강 기자님, 별걸 다 기억하시네요. 공교롭게도 이런저런 사고로 병원신세를 많이 졌고, 제 몸 곳곳에 철심을 많이 박았어요. 이제 저는 아이언맨입니다. 야구하다 다리가 부러져 철심으로 고정했고, 눈을 둘러싸고 있는 안와골에 금이 가 핀을 끼웠죠. 이번 허리 수술도 핀으로 단단히 고정시켰다고 하더군요. 임플란트도 두개나 했으니, 저는 나중에 죽어 화장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흔적이 많이 남을 거예요.


이봉원은 2017년 다리골절로 병원 신세를 졌다. 연예인 야구동호인들과 경기를 하다 오른쪽 종아리 뼈가 부러지는 전치 3개월의 중상을 입었다. 6년 전인 2013년 8월에는 MBC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에 출연했다가 다이빙 중 수막에 얼굴을 부딪쳐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는 "제가 부상을 입고 입원하는 바람에 원래 10부작이던 방송이 4부에서 중단했다"면서 "당시 일부 네티즌들이 '하는 사업마다 망하더니 이제 방송프로그램까지 말아먹는구나' 이렇게 댓글을 달더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연예계 대표 주당입니다." 이봉원은 야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지는 '전치 3개월' 진단을 받고 입원한 뒤 열흘 만에 휠체어를 타고 나가 술을 마실 만큼 애주가다. /김세정 기자

-중식당 운영이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편한 일도 아니다. 방송활동을 하며 굳이 요식 사업을 하기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주변에서 '고생만 하고 남는 게 없다'며 많이 말렸어요. 잘해봐야 본전이라고요. 근데 저는 하고 싶은 건 꼭 하고야 마는 성미입니다. 인생은 도전이고, 자기만족이잖아요. 그동안 실패만 거듭했기 때문에 더욱 더 새로운 일을 찾아 부딪쳐 보는 거죠. 다만 이번에는 좀 안전하게, 비용이 덜 드는 지방에서 안정적으로 출발을 했죠. 요리사 자격증을 따고 직접 주방을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는 것도 과거와 다릅니다.


이봉원은 지난해 8월 천안 두정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봉(奉)짬뽕' 집을 오픈했다. 서울 은평구의 유명 중식당에서 한 달간 서빙을 하며 짬뽕 맛의 비결을 특별히 전수받았다. 그의 이런 노력과 열의에 보답하듯 개업후 천안 시내는 물론 인근 평택이나 병천까지 입소문이 났고, 지방식당으로는 단골이 꽤 많은 편이라고 한다.


-식당 주방 일은 허리 수술을 받았을 만큼 고된 일 아닌가. 수술 후 회복단계라고 들었는데 중식당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수술하면서 한 달간 휴업을 했고, 이번주에 다시 문을 열었어요.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해 저를 대신할 새 주방장을 구했어요. 병원에서도 몇 달은 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평소에는 카운터와 홀을 맡아 관리만 하고, 주방엔 비상시에만 들어가려고요. 저는 주방장이 급한 일이 생겨 사고가 나도 언제든 '땜빵'으로 투입될 자세가 돼 있어요. 특히 이곳은 앞으로 전국 규모 프랜차이즈의 모태가 돼야하기 때문에 중단할 수가 없어요.


이봉원은 "저의 마지막 사업 아이템인데다 직접 요리 자격증을 따고 맛의 비결까지 전수받았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 7전8기의 반전을 일으킬 자신이 있다"고 했다. 개업 후 연예계 지인들이 자주 찾고, 사인과 사진촬영까지 해주면서 주말에는 식당 앞에 줄을 설 만큼 성과를 냈다. 최근 자신을 대신할 새 주방장을 영입해 재오픈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시는 단골들이 '몸부터 관리 잘하라'고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이봉원은 "평소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고 사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미지에도 호불호가 엇린다"고 말했다. 사진은 아내 박미선과 진행한 SBS 파워FM '우리집 라디오' 당시. /SBS

-악플이 많이 달리는 연예인 중 한 명이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저는 맘속에 있는 생각을 덮거나 다듬어서 표현할 줄 몰라요. 방송에서도 있는 그대로 표출하다 보니 때론 부정적 이미지로 비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도 그렇지, '박미선 피 빨아먹는 거머리, 식충'이란 댓글은 좀 심하죠. 언젠가 신종플루에 걸려 격리 입원 중이었는데 제 근황이 기사로 실리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런 댓글도 달렸더라고요. 이런 분들을 직접 만나면 어떤 이유로 사사건건 악글을 다는지 한번 되묻고 싶어요.


이봉원은 "평소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고 사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미지에도 호불호가 엇린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얼마전에 대한외국인'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해 10문제를 다 풀고 최상위 등급에 올랐더니 '(방송과) 짜고 쳤냐?'고 하더라"고 했다. 그는 억울한 항변과 함께 "왜곡 편향된 시선을 피해갈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봉원은 꾸준히 방송활동을 해온 박미선과 달리 일본 유학을 떠나거나 사업에 매달려 거듭 실패를 했다.


-이혼 루머에 휩싸인 적이 있다. 물론 낭설로 판명이 났지만,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느냐'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 미치고 환장할 일이죠. 제가 성격상 아내한테 살갑게 대하지를 못해요. 이 또한 방송에 함께 출연하면 고스란히 보여지는 모습이고요. 더러 방송 콘셉트상 티격태격 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혼설'로 몰고가는 건 말이 안되죠. 한번은 유튜브에 비슷한 내용이 올라 어처구니가 없더라고요. 제목만 이혼설이지 내용이란 게 아예 없어 황당했지만 그걸 법적대응하느니 마느니 소동을 피울 건 없는 것 같아 무시했죠.


이봉원 박미선 부부는 지난해 난데없는 '이혼설'에 휘말렸다. 유튜브에 오른 '<최신뉴스> 코미디언 박미선 이봉원 이혼? 이봉원 자*살 생각에' '코미디언 박미선 이봉원 이혼? 진실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은 순식간에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낚시성 제목에 비해 두 건의 영상 모두 실제 이혼이나 부부 갈등을 유추할 만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이봉원은 "제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 드리건대, 예나 지금이나 우린 똑소리 금실"이라고 말했다.



"어떤 연기든 자신 있다." 이봉원은 다양한 취미활동과 사업 등 외도를 하면서도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드라마 '옥중화' 제작발표회 당시 곽민호, 임호, 오나라(왼쪽부터)와 포토타임. /더팩트 DB

-연예계에서 애주가로 소문이 나 있고, 보기드문 야구광이다. 마누라 없는 건 견딜 수 있어도 술과 야구가 없으면 못 산다고 말한 적도 있다.


아, 그만큼 좋아해서 한 말이지, 저는 마누라(박미선) 없으면 못 살죠. 물론 야구도 술도 모두 포기할 수 없어요. 술은 음식이고, 땀 흘린 뒤 마시는 술은 보약이라 멀리 할 이유가 없지요. 야구든 등산이든 저한테 술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얼마전에 모델로 활동 중인 모델 한현민을 영입했어요. 우리 팀 평균 나이가 40대인데, 18살 현민이가 들어오면서 봄새싹 돋듯 분위기가 싱그러워졌죠. (이봉원은 한현민이 혼혈 연예인이라서 팀내에서 '용병 선수'로 부른다며 껄껄껄 웃었다)


그는 2년 전 야구를 하다 다리가 부러지는 '전치 3개월' 진단을 받고 입원한 뒤 열흘 만에 휠체어를 타고 나가 술을 마실 만큼 애주가다. 또 연예인 스마일야구단을 창단하고 십수년간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있고, 연예인 중에서는 드물게 직접 지상파 야구 중계 해설을 한 적이 있는 야구통이다. 꼭 봐야할 야구 경기 때문에 본업인 방송출연마저 포기한 적도 있다. SBS라디오와 OBS 야구중계를 하며 스타급 야구선수들의 장단점을 심도있게 끄집어내 시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가끔 외도를 하면서도 꾸준히 방송활동을 하지 않나. 예능 출연은 물론 드라마나 연극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가 개그맨으로 데뷔할 당시에는 모든 코미디가 콩트였어요. 일종의 상황극이라서 정통 극연기와도 크게 다를 건 없어요. 다만 제 색깔이 있으니 아무래도 능청스런 코믹한 역할을 많이 주는 편인데 어떤 배역이든 다 소화할 자신은 있어요.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극은 기회 될 때마다 꾸준히 해요. 4년 전 서울 행당동 소월아트홀에서 '동작그만'을 했고, 그 직전엔 제가 직접 제작한 '이주일과 심순애'를 무대에 올렸어요. 그동안 식당 준비하느라 뜸했는데 사업이 안정되면 또 해야죠.


SBS 일일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진가를 발휘한 뒤 EBS 드라마스페셜 '겨울아이'와 KBS 드라마스페셜 '국회의원 정치성 실종사'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옥중화'(2016년)와 '도둑놈, 도둑님'(2017년)에 잇달아 배우로 활약했다. 특히 '도둑놈 도둑님'에서는 코믹한 캐릭터로 극 중 긴장감을 풀어주는 검찰청 고참인 남종합 수사관 역을 연기해 찬사를 받았다. 3년전엔 자신의 데뷔곡 '중년의 청춘아'를 발표하고 가수로도 활동중이다.



"저도 딸바보 소리 한번 들어봐야죠." 이봉원은 "딸이 아직은 좀 어설퍼보여도 배우로 활동하는게 예뻐보이는걸 어쩔수 없다"고 자랑했다. /김세정 기자

-마지막으로 가족 얘기를 한 마디 해달라. 딸 이유리가 연기자 겸 희곡 작가로 활동한다고 들었다.


네, 아내 박미선은 워낙 스스로 잘 챙기고 있으니 따로 할 건 없고 물으신 김에 딸 자랑을 좀 할게요. 저도 다른 연예인 아빠들 처럼 '딸바보' 소리 한번 들어봐야죠. 얼마 전 아침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제 눈엔 엄마보다 나은 것 같아요. 처음엔 연기 하는 걸 반대했지만 별수 없더라고요. 아직은 좀 어설퍼 보여도 배우로 활동하는 게 예뻐보이는 걸 보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옛말이 실감나죠.


이유리는 엄마 박미선과 한양대학교 동문이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어려서부터 집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압도적인 후원을 받으며 연예계 진출의 꿈을 키웠다. 2년 전 tvN '둥지탈출'을 통해 브라운관에 처음 선보인 뒤 연극무대 등에서 연기 스펙을 탄탄히 다졌다. 이봉원은 "연예인 딸이라고 쉽게 출연한다는 오해가 싫어 기본기가 갖춰지기까지는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봉원은 연예인 스마일야구단을 창단하고 십수년간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있고, 연예인 중에서는 드물게 직접 지상파 야구 중계 해설을 한 적이 있는 야구통이다. 야구단 경기후 멤버들과 기념사진. /더팩트 DB(이봉원 제공)

이봉원은 5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궁금한 게 많고 호기심 많은 방송인이다. '어얼리 어댑처'란 별칭이 붙어있을만큼 늘 새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더러 무릎을 탁 칠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방송 프로그램에 채택돼 출연하게 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다시 주목받은 '7전8기 사업도전'에 대해 그는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인생에서 가장 큰 죄악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굴곡이 있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변화 속에서 인생의 맛을 알 수 있다. 안 되면 저는 언젠가 다시 한다"고 했다.


좀 진지하다 싶은 순간 그는 "내 삶 자체가 풍전등화(風前燈火)"라며 익살을 떨었다. 자신을 향한 우려와 걱정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이봉원은 또 "세상에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연예계도 마찬가지"라며 "편안함과 안위만을 위해 특색 없이 흘러가는 것보다 저만의 방식과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필자의 눈엔 모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은 거인'처럼 비쳤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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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9/05/12 조회수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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