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쓴소리' 직면한 손학규의 '벼랑 끝 리더십'

기사입력 2019.05.13 05:00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리더십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3 재보궐 선거 후 누적돼 온 당 안팎의 비판을 손 대표가 이겨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용희 기자

돌아오지 않는 바른미래 최고위원들, 왜?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바른미래당이 최근 원내 갈등을 잠재웠지만,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엔 여전히 '빨간 불'이 켜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당 최고위원들의 비판 목소리도 거세지면서 점차 벼랑 끝으로 몰려 당권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 대표는 2018년 9월바른미래당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져 9개월 째 당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4·3 재보궐선거에서 호기롭게 청년 이재환 후보를 내고 당력을 집중해 선거에 뛰어들었지만 3%라는 낮은 득표율을 얻고 당 내부의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퇴 의사는 없어 보인다. 손 대표는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를 회복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과 불만을 제기한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해촉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가고 있다.



권은희·김수민 의원은 공개 석상에서 손 대표를 향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들은 손 대표의 정무직 당직자 해촉과 최고위원 추가 임명을 두고 날을 세웠다. /더팩트 DB

◆ '얼음판' 최고위…국민의당계 의원들 '날선 비판'


최고위원회의 파행을 거듭했던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이 지나고 권은희·김수민 의원은 복귀했지만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보이콧을 이어오고 있다.


어렵사리 정족수를 채운 10일 최고위원회의는 무난히 열리는 듯 했지만, 권은희·김수민 의원은 공개적으로 손 대표를 비난하기 이르렀다. 특히 최고위 보이콧에 나선 위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것과 정무직 당직자 해임이 주 내용이었다.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오랜만에 최고위원회의에 나와서 인사드린다. 그런데 이렇게 인사를 드릴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을 것 같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동'을 제안한 것을 언급하며 "손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은 답답한데 왜 대통령만 괜찮다고 하는 건가?'라고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까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손 대표의 지적의 무게에는 의심가는 측면이 있다"며 "손 대표는 당의 내홍과 침체에 대해서 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달라는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져'라고만 답하고 계신다. 인식과 괴리의 차이에 있어서 문 대통령과 손 대표의 차이가 없는데 지적의 무게가 느껴질 수 있겠는가?"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인사 문제와 관련해선 "손 대표는 당 대표에게 당의 비전과 혁신방안을 보여주실 것을 요구하는 13명의 정무직 당직자를 일방적으로 면직했다. 인사에 있어서 일방적인 모습이 문 대통령과 손 대표의 차이가 없는데 지적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을까"라며 "손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당 대표로서 문대통령과 회동을 하기 위해 당 대표의 말의 진정성을 회복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수민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얼마 전에 바른미래당 청년위원회에서 청년 당원 긴급회의를 가진 바 있다"며 "바른미래당이 내부적으로 설전과 분열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교과서가 될 수 있는 품격 있는 정치로 청년들의 모범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런 측면에서 근래의 당의 인사의 임명과 해촉이 이제까지 청년들 편에서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과정과 절차를 비판해왔던 바른미래당스러운 방식이었는가 반추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기간의 내홍 뒤에 원내지도부 갈등은 잠정 마무리됐지만,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손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권은희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자세히 좀 보고 나서 말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당 비전 제시를 요구했는데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엔 "그건 뭐 물론이다"라고만 말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무기한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바른정당계의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 바른정당계도 합세…"정치력 발휘할 수 있나"


이준석 최고위원은 무기한 최고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최고위를 무기한으로 보이콧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할 수 없다"며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주장했다.


하태경 의원도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10일 최고위원회의 사전 회의에만 참석했던 하 의원은 "지도부 총 사퇴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며 "고심고심 끝에 아직은 여건이 무르익지 않아 오늘최고위 참가는 어렵게 됐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당 정상화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은 최고위 보이콧을 이어갈 예정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를 두고 "리더십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는 불법 사보임을 사실상 총괄 지휘했다. 그런 문제로 고집을 피우는데 현역 의원 15명이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 건 당 대표 리더십이 이미 없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황 평론가는 이 최고위원이 제안한 '전당원 재신임 투표'와 관련해 "스스로 사퇴하면 될 일"이라며 "정치에선 본인이 더 이상 통제력을 잃어 당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되면 그만두고, 아니면 '난파선 선장'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대표 재신임 투표를 행한 사례는 드물다. 2015년 새정치 민주연합시절 당시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투표 제안으로 '벼랑 끝 전술'에 나선 사례가 있다. 황 평론가는 이를 두고 "현재는 재신임 투표를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현역 의원 24명 중 15명이 반기를 들었다는 건데,이는 의원 3분의2에 해당한다. 손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승복하거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이렇듯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보이콧과 국민의당계 의원들의 공세가 안팎으로 가해지는 상황에서 당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손 대표가 갈등을 최종 봉합하고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moone@tf.co.kr


[인기기사]

· [TF초점] 바른미래당, 내홍 '2라운드'…계파간 '원내대표' 물밑 경쟁

· [강일홍의 스페셜인터뷰?-이봉원] "내 삶 자체가 풍전등화(風前燈火)"

· [TF의 눈] 정준영·최종훈·승리, 우리 모두 속았다

· [TF비즈토크] 코오롱 인보사·남양유업 분유캔 논란…뭘 믿어야 하나

· [TF이슈] 또 '막말'… 나경원 집회서 "문빠·달창" 비속어 논란

- 특종과 이슈에 강하다! 1등 매체 [더팩트]
- 새로운 주소'TF.co.kr'를 기억해주세요![http://www.TF.co.kr]
- 걸어 다니는 뉴스 [모바일웹] [안드로이드] [아이폰]
- [단독/특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 본 컨텐츠의 저작권은 더 팩트에 있으며 더 팩트와 풀빵닷컴 간의 상호 협의 하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