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한국말이란게 이렇게 복잡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쓰고 있던 '한글'이라는 것이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고,
더불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서
"그냥 외워" 라고 얼머무리기 일쑤지요.
와중에 문득 알게 된 건데,
'묻다' 라는 동사. 예삿놈이 아니더군요.
묻다
물으니
물어서
물으므로
'묻'이 어느틈엔가 '물'로 바뀌어 있습니다!!
희한한 녀석 같은니...
하지만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죠.
묻다
묻으니
묻어서
묻으므로...
착한 녀석!
바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에 놈이랑 비교해 보면 뜻은 완전히 바뀌어 있군요.
이거 어찌 설명해야 하는건가요?
역시 '그냥 외워' 밖에 없는건가...?
일본학생: 선생님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요.
나: 네, 물어보세요.
일본학생: 지금의 '물어보다'의 원형은 '물다'에요?
나: 아니요, '묻다' 에요.
일본학생: 근데 왜 '물어보다'라고 해요?
나: .............. 물어보니까.
히햐~ 부끄러운 전개입니다.
한글 공부 더 해야겠습니다.
오늘의 일본어
聞きくな[kikuna]：묻지마.
'聞きくな'는 남성스런 느낌이 많이 드는 말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본은 남자들이 쓰는 말과 여자들이 쓰는 말에 차이가 좀 있습니다.
그 뉘앙스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일본에서 사는 길 밖에 없으니...
우선은 그냥 외우는 수 밖에 없군요.
참고로 여자라면 이렇게 쓰세요.
聞きかないで[kikanaide]：묻지마
암튼, 동사 원형 뒤에 ’な[na]’를 붙이면 '~(하)지마'라는 뜻이 됩니다.
간단하죠?
그럼 흔히 쓰는 간단한 동사 몇 가지 소개시켜 드릴께요.
食たべる[taberu]：먹다
歩あるく[aruku]：걷다(걸어가다)
キスする[kis suru]：키스하다
触さわる[sawaru]：만지다
飲のむ[nomu]：마시다
殴なぐる[naguru]：때리다
에? 흔히 쓰지 않는 동사가 들어있다구요?
...... 그렇다면 당신은 외로운 사람~
뭐, 어쨌든 여기에 'な'를 붙여봅시다.
너무나도 간단해서 정치인이라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겁먹지 말고 차근차근.
食たべるな[taberuna]：먹지마
歩あるくな[arukuna]：걷지마
キスするな[kis suruna]：키스하지마
触さわるな[sawaruna]：만지지마
飲のむな[nomuna]：마시지마
殴なぐるな[naguruna]：때리지마
쓸만하겠죠?
이제 동사 원형에 'な'만 붙이면 당신도 일본에서
네거티브하고 씨니컬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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